[시는 달린다](춘천도서/ 문학에세이/ 박태일 지음/ 작가와비평)

3줄 요약

  1. 그의 시는 어렵다. 그 단어의 쓰임이 지명과 지역말, 순우리말로 되어있다 …중략…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시에는 소리가 있고, 움직임이 있고, 멋이 있다.
  2. 장소시는 지역이 지닌 고유한 지역성과 향토성을 겨냥한다. 장소시는 도시적 …중략… 왜곡에 대한 성찰 문맥 안에 장소시가 가꿀 몫이 놓인다. (33~34쪽)
  3. 지은이: 박 태 일


▌시로 말미암아 더욱 지치고, 시로 말미암아 더욱 아프리라▐
그의 시에 대한 생각은 견고하다. 장소시에서 출발하여 지역문학으로, 지역문학에서 우리말 한글의 사용까지 하나의 장소에서 우뚝 선 생각을 지역으로, 나라로 퍼트리는 힘이 있다.
그의 시는 어렵다. 그 단어의 쓰임이 지명과 지역말, 순우리말로 되어있다는 것뿐 아니라 시 바탕에 깔린 생소한 지역 이야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시에는 소리가 있고, 움직임이 있고, 멋이 있다.
이러한 시인에 대한 평가는 비평가의 몫이다. 하지만 시인 스스로가 자신의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흔치 않다. 부끄러움이 크다고 하지만, 그만의 시라는 문화놀이 규칙을 알아가는 데에, 스스로의 놀이 규칙을 세우는 데에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한다.

▌시는 예나 이제나 스스로 살길을 잘 찾아 따르며 살아온 떠돌이의 노래다.
  힘찬 떠버리 노래다.
  말로써 말 많은 아픈 매혹이다.
  앞날에 대한 걱정 앞에서도 시는 당당하다. 시는 달린다.▐

저자가 문학사회에 나선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짬짬이 내놓았던 줄글 가운데서 시 창작 경험을 다룬 것을 중심으로 한자리에 묶었다. 시에 두루 걸친 경험을 담은 글은 1부로, 개별 작품에 대한 자작시 풀이나 시작 노트에 해당하는 글은 2부로, 창작 언저리에서 얻은 강연 원고나 이런저런 표사・축사와 같은 것은 3부, 대담 가운데서 지역문학에 대한 생각을 담은 것 둘을 골라 4부에 넣어 모두 네 매듭을 지었다.
저자 박태일은 우리말의 참멋을 되살리는 데 힘써왔다. 함축적인 시에서 다 느끼지 못했던 그의 우리말 향연은 또 하나의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시가 한장 한장 이어진 포토 슬라이드라면, 줄글은 이미지가 영상으로 전환된 영화다. 글의 흐름을 통해 그가 쓴 단어가 생소한 언어에서 생생한 느낌으로 전환되는 경험은 그의 글을 읽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책 속으로▐
허욕. 그래 시는 허욕 많은 이가 꿈꾸는 허욕의 층층집이다. 스스로 허욕이 아니라고 떼를 쓰고 대들고 싶은 허욕. 그래서 시는 위선과 위악에 길들여져 더욱 구업만 더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과 울음을 뜬금없이 노리는 뻔뻔스런 불가사리가 바로 시 아닌가. 그렇잖으면 막무가내 도를 넘겨 버린 술자리다. (10쪽)

장소시는 지역이 지닌 고유한 지역성과 향토성을 겨냥한다. 장소시는 도시적 피폐와 장소 상실에 대한 성찰적 반어 공간으로 열려 있다. 말하자면 장소시는 근대 반성의 지역적, 공동체적 사회공간을 앞세운 개념이며 바람직한 지역의 앞날을 가꾸어 나가는 새로운 시를 뜻한다. 친밀감과 안정감, 생태 귀속을 가능하게 해 주는, 장소 파괴와 지역성 왜곡에 대한 성찰 문맥 안에 장소시가 가꿀 몫이 놓인다. (33~34쪽)

그래도 시는 달라지기 위한 변화 학습이며, 자유롭기 위한 중요 드라마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한다. 고치고 다듬고 다르게 말하는 흔한 놀이 방식 가운데 하나지만, 시가 지닌 힘은 각별하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전자 감옥사회 안에서도 사람이 스스로 버틸 수 있는 힘으로 시가 열려 있을 것을 믿는다. 그 안에서 위로 받고,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이들을 시는 버리지 않을 것이다. 몰려다니는 시 애호가의 언어 난타 또한 흥겹게 받아들일 일이다. (43쪽)

한 개인의 저다운 시라는 생각은 낡은 것일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시대가 시를 쓰기도 하고 이념이 시를 쓰기도 한다. 때로는 말이, 멀게는 시 스스로가 시를 쓰기도 한다. 따라서 오늘날 시인은 옛날에 견주어 훨씬 시쓰기가 쉬워진 셈이다. 체제든 반체제든 특정 이념, 특정 목소리를 내면 그런 대로 시가 된다. 극단을 좇아 말하면 시라고 발표하는 것은 모두 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유니, 민주니 하는 이념 바탕이나 명분이 아니라 그 실제다. 문학이, 그것도 시가 다른 삶의 방식과 나뉘는 곳은 생각을 논리나 체계로 말하기보다 삶을 구체 체험으로 울리도록 하는 데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117~118쪽)

▌도서정보▐
도서명: 시는 달린다
지은이: 박 태 일
펴낸곳: 작가와비평
블로그:
http://wekorea.tistory.com
이메일: [email protected]
전화번호: 02-488-3280
국판 변형(양장) / 336쪽 / 값 13,800원 / 2010년 12월 10일
ISBN  978-89-955934-1-7  03810

▌지은이 박태일▐
1954년 경상남도 합천에서 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까지 마쳤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미성년의 강」이 당선되어 시단에 나섰다. 그 사이에 낸 시집으로『그리운 주막』(1984),『가을 악견산』(1989),『약쑥 개쑥』(1995),『풀나라』(2002)가 있다. 연구서로는『한국 근대시의 공간과 장소』(2000),『한국 근대문학의 실증과 방법』(2004),『한국 지역문학의 논리』(2004),『부산・경남 지역문학 연구 1』(2004)을 냈으며,『가려뽑은 경남・부산의 시 1 : 두류산에서 낙동강에서』(1997), 『크리스마스 시집』(1999),『김상훈 시 전집』(2003),『예술문화와 지역가치』(2004),『정진업 전집 1 시』(2005),『허민 전집』(2009)을 엮기도 했다. 산문집으로는 몽골 기행문『몽골에서 보낸 네 철』(2010)과『새벽빛에 서다』(2010)를 냈다. 김달진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부산시인협회상을 받았고, 현재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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